아빠의 서재를 아이의 책으로 물려주는 날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침으로는 떡국을 끓여 가족과 함께 먹었었습니다. 헌데 첫째 딸이 자꾸 떡국을 안먹어서 떡국을 안먹으면 한 살 먹는게 아니야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먹는건데 너는 안먹고 둘째는 떡국 먹으면 이제 둘째가 언니가 된다.”라고 말했더니...

 

가만히 앉아서 먹던 둘째가 갑자기 급 흡입을 하면서 자기가 언니가 될꺼라고 하네요.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첫째가 떡국을 먹기 시작합니다.

(ㅋㅋㅋ)

 

 

결과는요? 결과는 무승부로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승부를 낼려면 저녁때 떡국먹을 때 누가 잘 먹는지에 따라 언니 라는 참피온 밸트가 주어 진다고 했습니다.

 

자 밥을 다 먹고 나이 와이프가 저를 부릅니다.

자기가 몇칠전 책을 질렸다고 하네요.. 컴퓨터 방에 있는 박스가 뭔 박스인가 했더니 책이 였군요.

금액은 자그만치 140만원 10개월 무이자로 긁었으니 많은 부담은 안될꺼라고. ㅠㅠ

(여보 우리 대출금은 언제 갑냐고.ㅠㅠ) 

 

 

 

 

찟어지는 가슴을 가까스로 꼬맨 뒤 그래서 왜??” 라고 물으니

 

 이제 이책(딸아이책)들을 넣을 공간이 없으니 서재에 있는 남편인 저의 책들과 자기의 책을 버리는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구요.

 

 

<요즘은 살아 있는 사람도 위인전을 만드나 봅니다.>

 

여보 나 그래도 박사인데 지금도 내책이 아이책보다 더 적은데 이마저도 뺀다고????”

여보 같이 희생해야지 내 책도 어느 정도 뺄게...”

 

그리하여 새해맞이 서재 정리에 들어 갑니다.

저의 와이프와 저는 남들보다 책을 아끼는 편이라 지식과 정보가 포함된 책(프린터물 포함)을 못버리고 쌓아두는 편인데 (아내가 조금더 심합니다.^^*) 이제 정리해야 할때가 온겁니다.

 

 

 

 

자 우선 필요없는 책들을 골라낸 뒤 팔 수 있는 책과 없는 책으로 구분하여 팔 수 있는 책은 알라딘이나 인터파크에 올리고 팔 수 없는 책들은 버리기로 했습니다.

 

                              

무수히 나오는 책들. 그 책들은 단순히 종이에 글이 적혀있는 것만이 아니였습니다.

 

 

나의 젊음이 녹아져 있고, 고뇌가 녹아져 있으며, 나의 열정이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열시미 암기했던 책들

 

 

 

  도서관과 실험실을 오가며 자료 찾고 논문쓰던 그시절이 떠오르며 머리속에 오버랩되면서 힘들어 했던 시간들...

 

 

 

무수히 많은 영어책들 토익과 토플, 영어회화책들까지 200만원은 넘어 보입니다.

 

 

... 여행책들도 있네요.

아 배낭여행~~~

물론 이책들은 오래된정보라 다시 쓸 수는 없겠지요.

저도 압니다.

 

.

 

하지만

이책을 사서 읽을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교 여름방학때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이책을 사던날~

책을 읽으며 이곳 저곳을 가야겠다는 생각 각종 계획들이 뒤 따라오며 머리속에는 이미 여행을 즐기는 백패커가 되어 있었지요.

혹시나 여행정보를 잊을까 3번을 정독하며 머릿속에 심어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배낭여행 하던 당시에도 이책은 제 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여행을 했었지요. 하루의 여행을 마치고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잘때도 머리맞에 두고 읽은 그책입니다.

 

쭉 훌터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청춘이 다하는 그날 이 책을 땅에 묻으리라라고 머릿속에 생각했던 그 젊은 불꽃은 어디로 사라지고 서재를 아이의 책에 주고 너는 그저 하나의 종이로 변했구나.

 

책을 버리면서 느낀 것은

   두둑한 저의 뱃살과 흰머리

  안녕함을 추구하고 생활에 안주하는 제모습이 보이더군요.

 

 

버리는 책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아이의 새책을 정리합니다.

인생도 그렇겠죠 어느때가 되면 자신의 자리를 하나씩 내려 놓고 물려주어야 하겠죠? 새로 받은 사람도 그렇게 또 그렇게 물려주고 내 주어야 하겠죠.

 

 

사랑하는 우리딸!

새해 첫날 딸래미에게 서재 빼앗겼다고 투정대는 아빠모습을 보여서 미안해.

 

아빠가 아빠의 추억을 너무 오래 가지고 있었구나.

이제 너의 꿈을 채우려무나.

   

 

 

 

 

 

 

 

 

 

 

 

Posted by 세남자 세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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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릴리밸리 2014.01.07 1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리를 하면서 잠시 추억에 빠지는 것도 좋더라구요.
    따님한테 행복한 양보를 하셨네요.ㅎㅎ

  2. 한수정 2014.01.07 1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낳고 일상이 되버리는 나의책정리..저도 미련벌지못하고 베란다 한켠에 쌓아놓은 전공서적이 생각나네요 ㅎㅎ

  3.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2014.01.08 1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꺼이 꺼이...부모에게서 자식들이 과연 무엇인지 그들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이 절로 느껴옵니다.
    어느 가정이나 다 그러하겠지만 토끼같은 자식들에게 무엇이 아까울까요...
    이미 뒤죽 박죽이 된 서재를 잠깐 훑어보며 그 동안의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이해가 되는 군요^^

    저 또한 무수히 많은 신학서적과 인문서적,철학서적을 다 펼쳐보지도 못한채
    어떤 때는 아이들이 내 서재로 놀러와 마구 볼펜으로 낙서하고 잉크를 쏟아내며
    곤혹을 치루었었던 때가 있었죠. 이제는 그들이 훌쩍 자라서 군대를 제대하고
    또 다시 대학교에 복학하여 나름의 학문을 쌓아가는 중이랍니다.

    마찬가지로 이 가정또한 부모님들의 열정에 더욱 힘입어
    아이들도 아름답게 성장해 줄 것을 저는 믿습니다.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드림

    • 세남자 세친구 2014.01.09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먼저 장문의 글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녀석들 이렇게 사준 책을 안읽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래도 한두권씩 뽑아 오기 시작하네요. 근데 책정리할때의 서글픔 보다 이녀석들이 책 뽑아서 읽는 모습을 보니 서글픈 감정이 싹 가시네요. 아직까지 초보 엄마,아빠라 그런지 감정의 기복이 큰가봐요...

      남애기 들으면 벌써 영어책을 읽어야 한다. 대화는 할 줄 알아야 한다 라고 들으면 조바심도 많이 나는데 저는 우리아이가 세상의 1%아이로 만들기 보다는 30%안에 들고 대신 행복을 찾고 세상을 보는 아이가 됬으면 합니다. 영재도 수재도 바라지 않는 아빠의 마음입니다.